국민의힘의 완벽한 패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얘기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율 차는 17.5%포인트.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참패한 2020년 총선 때 강서구 세 지역구 합산 득표율 차인 18.08%포인트와 흡사하다. 지난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쌓은 탑을 고스란히 반납한 꼴이다.
패인은 복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시대착오적 이념전쟁, 여당의 대통령실 종속, 주 69시간 근로 따위의 설익은 정책 남발 등이 악재로 작용했을 터다. 게다가 보궐선거 귀책사유의 장본인을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해 다시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의 눈엔 오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강서구청장 보선은 내년 총선 수도권 승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내심 과반 의석을 노리는 여당으로선 충격적인 성적표다. 국민의힘이 과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도권 지역구 121석 중 40%인 48석은 건져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동대구로에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사이
전 국민을 함께 울고 웃게 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일주일여가 지났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거듭할수록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메달 색이 달라도, 비록 순위에 들지 못해도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기억하며 대견해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결과는 그저 따라오는 것임을 국민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태극마크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를 즐기고 최선을 다했음에 만족해한다. 이는 단순히 세대 차이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를 대하는 문화가 달라져서다. 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있다.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는 게 스포츠밖에 없었던 시절이 아니란 얘기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해야만 '영웅'으로 기억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보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집념, 스포츠 정신, 경쟁자에 대한 존중 이런 것들에 더 환호하는 시대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돌직구 핵직구]
지금 와서 대통령을 탓한다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대패하고 나니 공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 후보를 사면해 주고 다시 공천을 주도록 한 용산 대통령실의 책임이라고들 비난한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불공정 비리와 싸워 끝내 정권을 탈환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선, 김 후보의 사면과 재공천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 잊었지만, 김태우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하늘을 찌를 때 용기 있게 문 정권의 불법과 비위를 폭로한 사람이다. 문재인의 측근에 대한 감찰무마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등 정권의 대형스캔들이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사설]
구미 방산부품硏 유치해 'K-방산 허브'로 도약을
17일 김장호(왼쪽) 구미시장이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에게 방산부품연구원 구미 유치를 건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시가 방산혁신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17일 개막한 'Seoul ADEX 2023(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과 국회 국방위 의원을 만나 '방산부품연구원(이하 방산부품연) 구미 유치'를 건의했다. 방산부품연은 방위산업 부품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다. 첨단 부품 개발을 비롯해 사업 관리, 부품 단종 방지를 위한 필수 부품의 정부 주도 개발을 맡게 된다. 지난 5월 설립 근거가 담긴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구미는 같은 방산혁신클러스터 도시인 창원과 유치 경쟁 중이다. '경제 르네상스 재현'을 꿈꾸는 구미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프로젝트다.
[자유성]
미성년자 흡연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저서에서 "나이 어린 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쁜 짓이다. 무엇보다 어른과 맞담배를 하는 것은 도리에 크게 어긋난다"고 했다. 애연가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도 어른과의 맞담배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해동역사'를 쓴 실학자 한치윤(韓致奫·1765~ 1814)은 "양반에서부터 부녀자, 어린아이, 노비까지도 담배를 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대 이옥(李鈺·1760~1813)이 지은 담배 백과사전 '연경(煙經)'엔 '어린아이가 긴 담뱃대를 입에 물고 피운다. 가끔씩 이 사이로 침도 뱉는다. 가증스럽다'라고 적혀 있다. 17세기 중반 조선에 표류한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에도 '조선에선 어린아이도 담배를 피운다'는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