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했던가. 누구나 아는 뻔한 결말인데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영화 '서울의 봄'은 질곡의 현대사 한가운데를 들춘다.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수도 서울에서 벌인 군사반란을 촘촘한 서사로 엮어낸다. 그날 밤 9시간이 결국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결로 응축되며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란 프레임을 구축한다. 주도면밀한 복선(伏線)이다.
때론 역사는 잔인하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영화 속 전두광의 대사처럼 성공한 쿠데타로 불의한 정권이 탄생했다. 그 정권의 슬로건이 '정의사회 구현'이었다니. 반란을 주도한 정치군인들은 5공화국에서 진급도 하고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며 개국공신의 권세를 누렸다. 하지만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비롯해 진압군 편에 선 실존 인물과 가족은 멸문지화의 고초를 겪는다.
[사설]
여야 '달빛철도' 특별법 갈팡질팡 말고 연내 통과시켜야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 소위를 열고 달빛철도 특별법을 논의했다. 강대식 의원실 제공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달빛철도' 특별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제(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특별법에 딴지를 걸었다. 특히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까지 특별법의 요체인 예타 면제 조항을 걸고 넘어진 건 예상 밖이다.
예타 면제를 반대하는 정부(기획재정부) 눈치 보느라 자신들이 공동 발의한 특별법을 부정하는 꼴이다. 특별법이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탓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제 와서 공청회를 열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다.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달빛철도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대구로에서]
수능 변별력이 뭐길래?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예비문제를 풀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수능이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에만 천착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있다. 정문성 202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은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변별력(辨別力)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가리는 능력'이라 적혀 있다. 하지만 수능에서 변별력이란 한마디로 '공부 잘하는 소수를 가려내는 것'이다.
수능 만점자가 30분 걸려 풀었다는 '킬러문항'의 탄생 배경도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발표하자 한 베테랑 고교 교사는 "킬러문항이 빠져도 관심 가질 학생은 거의 없다. 그 문제를 푸는 1~2% 학생들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물론, 킬러가 빠진 올해 수능은 준고난도 문항 수가 늘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왜 까다롭게 출제했을까. 시험이 쉬워지면 변별력 확보에 실패하고, 그건 수능의 실패다. 쉬울 것으로 기대했던 수많은 수험생이 낭패를 봤다.
[사설]
교부세·지방세↓ TK 1·3위…배분 방식부터 바꿔라
지자체에 배부되는 보통교부세가 크게 감소, 지방재정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경북지역이 심각하다. 보통교부세가 무려 1조7천억원 쪼그라들었다.(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자료) 감소 폭 전국 1위다. 뒤이은 강원과 비교해 무려 6천억원 가까운 압도적 차다. 대구시의 경우 지방세 감소 폭이 주목된다. 당초 본예산 대비 4천452억원 줄었다. 경기, 서울에 이어 셋째로 컸다. 전국 지자체 상황이 비슷하다. 말로만 지방시대를 외칠 게 아니다. 지방 재정 배분 방식을 손볼 때가 됐다.
돈 잔치를 벌인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엔 세수가 53조원 더 걷혔다. 올해엔 60조원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역대 최대다. 이로 인한 지방 이전 재원 감소분도 23조원 안팎이다. 10개 정도 광역단체가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지자체조차 '영끌'에 나설 판이다. 작년엔 돈 잔치, 올해는 빚잔치?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정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무분별한 감세 정책과 경기 전망 실패, 세수 추계 오류 탓이다.
[취재수첩]
돈 앞에 무너진 삶의 터전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정부에서 장려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태양광발전은 국토 곳곳에서 난개발, 재해위험 등을 불러왔고 풍력발전은 큰 자본을 내세운 만큼 돈과 관련된 갖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덕대게와 자연산 송이 전국 최대 생산지인 영덕군의 경우 현재 14개 육상풍력 사업자들이 군 전체를 대상으로 발전단지를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다. 풍력사업 특성상 인허가 절차가 쉽진 않지만, 이들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영덕군에 180여 기의 대형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게 된다.
발전사업자들은 주민 설득과 회유의 수단으로 보상금과 발전기금 등의 돈을 앞세운다. 발전사업지 주변 주민들은 자기 손에 쥘 돈의 크기를 생각하며 생떼에 가까운 목소리와 집회 시위도 일상처럼 생각한다. 영덕의 한 인사는 사업 편의를 앞세워 수억 원을 요구했다는 소리까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