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직후 일어난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정치적 함의를 피할 수 없는 테마다. 스펀지처럼 영화를 빨아들인 관객이 양산됐다. 캐릭터와 비주얼을 비틀어 '사태 혹은 반란'에 해박한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역사적 대명사가 된 '서울의 봄'은 원래 1980년 그해, 철권통치의 공백 속에 벚꽃처럼 피었다 사라진 그 봄을 말한다. 이 시절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 '남산의 부장들'은 장르가 됐다.
전직 대통령 문재인도 영화를 본 모양이다. 그의 소감이 흥미롭다.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이건 뭘 의미할까.
[사설]
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무산, 존중하나 논의배경은 곱씹어야
지난 11일 대구 북구 경북대 본부 앞에서 학생들이 금오공대와의 통합 반대 집회를 연 후 교내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대학의 미래 활로 모색 차원에서 추진되던 경북대(총장 홍원화), 금오공대(총장 곽호상)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경북대 측은 "원론적 차원의 의견교환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게 없었고,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오공대 측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양 대학의 통합 무산은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측면도 적지 않다. 대학 특유의 자율성과 전통을 고려하면 가타부타 언급할 일도 아닌 것이다.
다만 통합 무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나온 배경은 당사자인 두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대학 모두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하프타임]
공연장 박수의 타이밍
최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가면 유독 공연장 안내원들의 '악장 사이 박수 금지' 안내가 잦았다. 보통 휴대전화를 끄거나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달라는 주의사항 안내는 하지만, 이런 안내까지 한 것 보면 최근 악장 사이 박수가 나온 공연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횟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실제 기자가 갔던 공연 중에도 의외의 순간에 박수가 나와 다소 의아했던 적이 있다. 지난 7월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선발을 위한 연주회 중에는 곡 중간에 마치 연주가 끝난 후 나올 법한 큰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시 지휘를 맡았던 상임지휘자 후보자는 손을 들어 객석에 박수를 멈춰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사설]
오늘부터 선거운동 개시…여야, '見利忘義(견리망의)' 좇을까 걱정
투표장 모습. <영남일보 DB>
22대 총선의 예비 후보자 등록이 지난12일 부터 시작됐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이라도 예비 후보자들은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실은 운동 범위가 꽤 넓다. 후원회 설립·선거사무소 설치·명함 배부·어깨띠 또는 표지물 착용·홍보물 발송 등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 25명을 초과하지 않으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등을 할 수 있고, 유권자도 '어깨띠'를 두르고 선거운동 참여가 가능하다. 오늘부터 길거리 풍경이 확연히 달라지는 셈이다.
실질적인 선거 출발점에서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여야가 하라는 혁신은 내팽개치고 이익을 따라 이합집산 궁리만 하고 있다. 김기현·이재명 대표 체제의 버티기도 볼썽사납지만, 패배의 지름길이 분명한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운운도 선의로 보기 힘들다. 이뿐인가. 마땅히 해야 할 '선거구 획정'조차 못한 채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3040칼럼]
글로벌 한국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11월8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226만명으로 전년 대비 5.8%, 2006년 대비 4배, 유학생 기준 20.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인구수의 4.4%로 충청남도 인구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대구 달성군의 제조 회사들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제 주요 생산인력이 되었으며 농촌에는 외국 며느리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책이든, 개방과 국제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든 한국의 다문화 사회로의 변환은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통역을 부탁한다며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던 경북대학교 외국인 교수도 있었고 신분증도 보호자도 없이 응급실을 찾은 튀르키예 청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