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낯설지 않은 이들 법안을 관통하는 단어는 '시행 불발'이다. 민주당 발의-국회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폐기 수순을 밟은 게 데칼코마니다. 민주당의 입법안은 자주 대통령 거부권에 제동이 걸렸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과 정부 정책은 민주당의 다수 의석에 막힌다. 정부 재량은 딱 시행령 개정까지다. 법률 제·개정 사안은 거야의 벽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하릴없이 '정책 공수표'를 남발하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이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다.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민주주의)'의 명징한 단면이다. 비토크라시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3년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쓴 용어다.
[사설]
총선 D-100이 되도록 '룰'도 없이 싸울 텐가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나흘 후인 새해 첫날 22대 총선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어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탈당·신당 창당 선언을 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신당 창당 수순에 들어갔다. 총선 진영(陣營)의 형태가 조금씩 갖춰지는 셈이다. 그런데 선거 규칙 중 가장 기본인 선거구 획정이 감감 무소식이다. 4년 전 총선에서 '꼼수 위성 정당'으로 선거와 민주주의를 희화화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개선할지도 결정 못 했다. '싸움의 룰'이 없는 링 위로 선수부터 입장한 황당한 상황이다. 여·야의 무책임은 질타받아 마땅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희대의 사생아 '위성 정당'은 어떤 경우라도 퇴출해야 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한 위성 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출발하는 게 맞다.
[동대구로에서]
숫자의 함정
사진=게티이미지
530, 500, 430….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항상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숫자다. 많은 러너(runner)들은 지금도 손목에 찬 시계를 수시로 보면서 화면에 떠 있는 이 숫자를 확인한다. 암호 같은 숫자 조합은 분·초를 생략한 1㎞ 구간 속도(pace)다. 쉽게 말해 어떤 구간의 1㎞를 평균적으로 몇 분, 몇 초대로 뛰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1㎞ 뛰는 데 평균 5분이 걸렸다면 500, 5분30초가 소요됐다면 530페이스다.
마라톤 등 장거리 경기는 적절한 수준의 보폭과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보다 지속적으로 빠르게 달린다면 탈진할 가능성이 크고 너무 느리게 달리면 원하는 기록에 근접할 수 없다. 따라서 경기 중 작전을 세우고 속도를 조절하게 되는데 '1㎞ 구간 페이스'가 자신의 기준점이 된다.
이에 장거리 경기를 준비하는 이들은 항상 1㎞ 구간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연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페이스에만 몰입돼 '달리는 즐거움'을 놓칠 때가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설]
대구형 배달앱·택시호출앱 약진, 상생 가능성 밝혔다
대구로 택시. 영남일보DB
앱으로 거의 모든 세상이 연결되는 시대가 됐다. 터치 하나로 음식을 시켜 먹거나 택시를 불러서 타고 티켓예매를 할 수 있는 편리함과 속도감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배달이나 택시호출 등 일상생활에 요긴한 앱을 보다 쉽고 저렴하게 활용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관련 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거대 앱에 인지도 등에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형 배달앱 '대구로'와 대구 토종 택시호출앱 '대구로택시'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 소상공들의 수수료 부담 감소 등을 위해 2021년 출시된 '대구로'의 가입자가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50만명을 돌파했다. 대구시민 5명 중 1명이 가입한 셈이다. 신규 가맹점이 매달 300곳을 웃돌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 나은 세상]
탈석탄 동맹(PPCA)
2017년 영국과 캐나다의 주도로 새로운 기후변화 완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이 발족했다. 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PPCA))으로 명명된 이 조직은 탄소배출의 가장 큰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하자는 운동을 주요 활동으로 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 조직에는 세계의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및 금융, 전력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중앙정부는 59개의 국가가, 그리고 지방정부를 포함하면 171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현재 영국의 줄리아 스코룹스카라는 여성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녀는 2023년 12월6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나와 "지구온도 상승을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석탄의 80%를 소비하는 아시아의 탈석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